성약의 단
성약의 단은 어둠땅의 핵심으로, 지난 몇 주 동안 커뮤니티에서 열띤 논쟁의 주제로 떠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저희 팀 내부에서도 여러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시스템의 첫 개념을 잡을 때부터 성약의 단 선택은 캐릭터의 능력, 꾸미기 보상, 엔드게임 스토리라인 전개, 성소 시스템을 형성하는 중대한 결정이 되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중대한 결정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행여나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자아내게 하거나 장단점을 비교하여 최고의 결과만을 골라서 얻을 방법은 없는지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저희는 후회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최대한 강구해 두었습니다. 다음 주 베타가 배포될 시점에는 그러한 조치가 모두 적용될 것입니다. 최고 레벨에 이르는 여정의 막바지에서 성약의 단을 고르는 것은 막중한 선택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영구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60 레벨에 처음 선택한 성약의 단이 마음에 안 든다면 오리보스로 돌아가 바로 다른 성약의 단으로 변경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떠났던 성약의 단에 돌아가려면 별도의 과정을 좀 더 거쳐야 합니다. 두 개의 주간 퀘스트로 구성된 참회의 길을 걸어 맹세를 어긴 것에 대한 속죄를 하고 돌아가려는 성약의 단의 대의에 다시 몸을 던져야 합니다. 이제 베타에서 해당 퀘스트를 수행해 보실 수 있습니다. 아직 조정 단계에 있긴 하나 힘겨운 중노동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보다 일종의 의례가 되게 하는 것이 개발 의도입니다.
저희는 그뿐 아니라 확장팩 후반부에 최고 레벨을 달성하는 플레이어와 성약의 단을 변경하는 플레이어가 영원히 뒤처진 듯한 기분이 들지 않게 하는 확실한 방편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영예는 플레이어와 소속 성약의 단의 유대가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주는 척도이며 추가적인 영혼결속 능력과 여러 성약의 단 혜택, 보상을 잠금 해제하는 주요 수단입니다. 플레이어가 영예를 주로 획득하는 경로는 어둠땅 곳곳에서 령을 모으는 주간 퀘스트와 나락에서 영혼을 구출해 성약의 단에서 본래 자리를 되찾아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퀘스트를 놓치더라도 던전, 전역 퀘스트, 플레이어 간 전투 같은 다채롭고 직접적인 활동을 통해 완전히 따라잡을 때까지 령을 모으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시스템은 몇 주 내로 베타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해 드리자면 자신의 성약의 단 선택을 후회하고 마음을 바꾸고 싶은 플레이어는 확장팩 어느 시점에서든 바로 변경할 수 있으며, 줄곧 해당 성약의 단에서 활동해온 플레이어와 같은 경지에 이르는 데 장기적인 불이익이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선택에 따른 후회라는 가능성을 감수하느니 아예 선택하고 싶지 않다는 플레이어분들의 의견도 대단히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성약의 단이 제공하는 여러 사용 능력을 별다른 차질 없이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접수하였는데요. 그렇게 하기엔 성약의 단 시스템 자체가 촘촘하게 얽혀 있습니다. 성약의 단 능력은 성약의 단 전용 도관과 영혼결속자에 따라 변화하는 경우가 많고, 영혼결속자 대부분은 성약의 단 전용 이야기 대장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잠금 해제됩니다. 다른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해당 능력을 사용하게 하면 불완전하거나 혼란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실 한 가닥(끈이라고 해도 되겠군요)을 잡아 뽑으면 시스템이라는 천이 통째로 해체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한 방향성이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성약의 단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을 담담히 받아들이겠지만 궁극적으로 저희는 그 관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둠땅에서 캐릭터는 투기장, 공격대 우두머리 전투, 던전 입장에 앞서 전문화, 특성(경우에 따라선 플레이어 간 전투 특성), 전설 아이템, 기타 장비, 활성화된 영혼결속자, 해당 영혼결속 내 경로까지 변경이 가능합니다. 현재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전투에 사용할 일련의 장비를 구성할 때 전례 없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즉석에서 캐릭터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선택지의 폭이 넓은 만큼 전문화를 제외하면 캐릭터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요소는 없다시피 합니다. 캐릭터 장비나 설정은 여러분의 정체성이 아니며 주어진 현재 상황에서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느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복잡 다단한 의사결정의 갈래들에 또 하나의 층을 더하기보단 무언가 다른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이 좀 더 의미 있게 캐릭터의 정체성을 규정하여 같은 직업을 플레이하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바로 그런 정체성에는 미적 취향, 이야기 경험, 구조적인 강점과 약점이 구성 요소로 포함됩니다. 성약의 단 시스템 구상 초창기부터 저희의 목표는 어둠땅에서 “뭘 플레이하나요?”라는 질문에 단순히 “성기사요”가 아닌 “키리안 성기사요”나 “벤티르 성기사요”와 같은 대답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투의 중추적인 역할이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전반적인 성장을 고려했을 때 플레이어 대부분이 목표를 달성하게 하려면 성약의 단 선택에 따라 플레이어의 능력이 영향을 받게 해야 했습니다.
이는 성약의 단 개발이 완료됐다 거나 추가적인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외려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여러 장단점의 집합체를 두고 선택하는 상황에서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손쉽게 장점이 단점에 가려질 수도 있다는 걸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어느 성약의 단에 소속되어 하나의 장점을 갖고 있다 한들 다른 곳에 참여하지 못해 발생하는 좌절감은 상쇄되지 않습니다. 물론 시스템 전체를 들어내는 게 위험을 피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커뮤니티와 함께 힘을 합쳐 성약의 단 선택에 상관없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을 플레이어 여러분께 선사하고 싶습니다.
마음만 같아서는 키리안 도적을 육성하고 싶지만 온갖 가이드에서 강령군주의 톱니 뼈 가시를 무시하기엔 성능이 너무나 좋다는 내용 때문에 합리화가 불가능할 때, 혹은 마음에 드는 성약의 단이 플레이어 간 전투와는 무관해 보이는 혜택을 제공할 때와 같은 문제점이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고치고자 하는 불균형이 바로 그런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분의 피드백은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저희는 수없이 많은 조정과 더불어 필요에 따라선 능력 디자인의 근본적인 구성에도 변화를 줄 것입니다. 또, 특정 콘텐츠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어느 성약의 단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느껴지면 해당 성약의 단 전용 도관을 상향하는 조치까지 단행할 의사가 있습니다. 개발팀 내 전투를 담당하는 팀에서 최근 이러한 조정 작업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으며, 추가적인 테스트와 수정을 위해 베타 서버에 변경 사항을 즉각적으로 적용할 계획에 있습니다.